[삶의 뜨락에서] 캘리포니아를 떠나다
캘리포니아로 갑니다.(We are going to California) 존 스타인벅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에 수없이 나오는 대사다. 가난한 오클라호마 소작농들의 꿈은 기회의 땅,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럭에 전 재산을 싣고 먼지가 푹푹 나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 금과 기회를 찾아 서부로 향했다. 사막에서 농토를 개간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동부, 중서부, 남부 등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제일 큰 주가 되었다. 내가 미국에 온 1970년대 중반에는 뉴욕 다음으로 시카고가 큰 도시였는데 곧 LA가 두 번째가 되었다. 모두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남미를 비롯한 해외 이민자들은 그들의 근면과 다양한 문화를 유입했으나 범죄 등 온갖 문제도 가져 왔다. 요즘 캘리포니아는 가장 진보적인 주, 가게에서 몇 백 달러 물건을 훔쳐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곳, 홈리스가 많아 더럽고 주거환경이 극도로 나빠진 곳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에 세금이 비싸 보따리를 싸고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Going to California에서 Leaving California로 바뀌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탈대도시 현상은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유서 깊은 대도시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도시의 대부분은 유색인종이 다수가 되었다. 대도시 소수계는 어깨를 펴는 것에서 수의 힘으로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파워는 투표함에서 나오니 당연한 일이다. 도심지에 살던 백인들은 유색인이 들어오면서 교외로 옮겼다가 또 따라오자 더 멀리 떠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화적으로 맞지 않다고 느끼면 편한 동네로 이사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뉴욕 교외만 하더라도 소수계, 특히 한인, 중국계, 인도계, 히스패닉 진출은 현저하게 늘어나 인구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매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는 전통적인 대도시 인구가 감소하고 콜로라도, 아이다호, 몬태나 등 비교적 작은 주와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등 남부로 이동하는 뚜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나는 TV 광고를 유심히 본다. 상품 선전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마이너리티가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 광고주들은 소비층을 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카드 결제를 통해 고객정보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광고에 소수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마이너리티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롱아일랜드 코스트코에 들릴 때마다 소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퍼블릭 골프코스에는 어디를 가든지 한인 등 소수계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느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이에 맞춰 광고를 한다. 미국 생활 거의 50년, 내가 살아온 날들과 내 아이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볼 때 뉴욕이란 인종적으로 통합된 도시에 살아와선지 별 차별을 느끼지 않았다. 세 딸은 모두 전문직을 가지고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직장에서 마이너리티가 아닌 것 같다. 손자들의 미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우선 그들의 얼굴에서 동양적인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다. 알래스카의 한국계 3세가 미스 아메리카에 선발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손자들도 한국계 3세이다. 그들이 활동할 무렵에는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듣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좋은 교육을 받고, 능력만 입증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알게 모르게 빨리 변하고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캘리포니아 요즘 캘리포니아 모두 캘리포니아 대도시 소수계